201805. 금관총. 미완의 형상, 부재(不在)의 진정성
 

금관총 전시공간은 발굴된 유구의 보존과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제안의 초점은 주변 대릉원 고분군의 숭고한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금관총 내부 적석부를 전시공간화 하는 것이다. 이는 고대신라 금관총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현재의 도시조직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금관총은 도시와 대릉원 고분군의 경계에 위치한다. 남북도로인 봉황로를 따라 북쪽으로는 경주 시가지가 시작되고, 남쪽으로는 태종로 너머 대릉원지구로 이어진다. 봉황로는 주말이면 푸드코트가 열리는 등 도시민의 일상이 일어나는 장소이지만, 고분군을 관통하면서 금관총의 봉토외형 까지 침범하고 있다.
또한 금관총은 금관을 비롯한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음에도, 무덤의 구조와 그 주인공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의 발굴- 일제강점기 행하여진 발굴에서부터 최근의 4차 발굴조사에 이르기까지- 을 거치며 역사적 관점과 해석이 변화하고 성장했다.
외형 훼손의 역사와 여전히 추정 중인 연구, 그 주인공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금관총은 비연속적이고 불완전한 성격을 가진다.

       “풍경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건축의 보존이 아니라, 보존되지 않은 폐허의 상태에 있다.”
        “건물의 가장 큰 영광은 돌이나 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세월에 있다.”
        - John Ruskin, <건축의 칠등 七燈>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1849)

        "다음 세대들을 위해 유산들을 보호하는 것이 오늘날의 책임이다.
        우리들의 의무는 유산들의 진정성(Authenticity) 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 The Venice Charter,
        International Charter for the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of monuments and Sites (1964)

본 계획안은 금관총의 완전한 복원이 아닌 부서진 형상 그대로, 미완(未完)의 상태를 제안하는 것이다.
금관총 봉토의 외형은 봉황로가 원형의 추정경계를 이미 침범하고 있어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또한 최근의 발굴 성과로 신라 적석목곽분의 상세구조를 드디어 밝힐 수 있었지만, 목구조물의 복원은 현재의 적석층과 주혈(柱穴)의 훼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본 제안은 내-외부 금관총의 불완전한 상태, 그 부재(不在)의 상태가 지니는 진정성과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미완의 형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남겨진 흔적을 통해 스스로 원형의 공간을 상상하고 유추하게 할 것이다.

땅의 건축 _ 형태와 재료
제안하는 구조물은 건물의 형태가 아닌 땅의 형상이다.
대지를 켜켜이 분리해, 금관총 유구면과 보호 껍질(shell) 사이에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부속지원시설도 금관총과 대릉원을 향하도록 지면을 들어올려 도시에서 유입되는 동선을 삽입하였다. 도시에 면하는 부분과 도시가 잠식한 부분은 투명한 유리로 처리하여 원래의 완전한 기하학을 상상하는 여백이 된다.
금관총유구공간과 부속지원시설, 두 건물 모두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외관이 전혀 다른 양면적 제스춰를 지닌다. 도시 쪽에서 보았을 때는 투명유리가 드러나는 현대적 건물이지만, 대릉원 쪽에서는 건축물이 아닌 흙과 잔디로 보이는 것을 의도하였다.
내부는 유구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구형 천장은 마감이나 부착물 없이 순수 구조체만을 드러내고, 유구보호를 위해 바닥포장은 현장 타설이 아닌, 조립식 PC콘크리트로 마감한다.

프로그램 및 동선
동선은 현대도시에서 고대유구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 된다. 도시에서 진입광장으로 스며든 동선은 전이공간 역할을 하는 부속전시시설을 거쳐 서서히 경사로를 오르며 금관총 전시공간으로 이어진다.
금관총은 발굴이 완료된 무덤 내부와 미발굴 영역인 외부로 되어있다. 이에 따라 동선도 내-외부 영역을 넘나들도록 구성하였다. 내부는 원형고분의 구조와 스케일, 분위기를 체험하는 곳으로 도시소음이 차단된 엄숙하고 조용한 공간이고, 외부영역은 전시물인 봉토부 관람에 필요한 적절한 거리감을 확보하며 최대한 바람과 자연광이 유입되는 공간으로 마련한다.

전시계획
유구부는 현황 유지를 원칙으로 한다. 발굴된 상태 외에 추가로 덧붙여서 만드는 것은 없다. 적석부 및 하부구조의 변경 없이 전시유구는 3차 발굴조사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한다. 발굴된 현장 이외의 추정에 의한 복원은 하지 않는다.
금관총의 전시물은 발굴현장 그 자체이다. 발굴 당시 사용한 임시트렌치를 따라 봉토를 다시 절개하고 목구조 주혈과 적석부를 노출한다. 관람자가 마치 고고학자가 되어 발굴현장을 관찰하고 과거를 상상하도록 한다. 발굴의 최대성과인 목구조물 및 내부구조의 원형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통한 AR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로 전달한다. 관람자는 눈앞에 펼쳐진 발굴 유구의 현장과 AR을 통한 과거 원형구조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겹치면서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