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 공간SPACE. 김포 상수도가압장 리모델링_ 낭만적 아이러니
 

건축가들이 쓰던 <도시재생>이란 말을 근래에는 정치가의 선거공약에서도 듣는다. 좋은 변화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단순한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풍요로운 경험이 되려면 여전히 준비할 부분이 있다.

김포가압장은 시상수도 가압펌프시설로 1979년에 지어져 2003년까지 사용되었다. 2009년에 주변 일대가 서서울호수공원으로 조성되었음에도, 이곳은 폐쇄된 채 그대로 방치되어왔다. 애초에 가압시설은 담수와 기계펌프 장치를 위해 마련한 구조물이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센터>로의 프로그램 변화를 모색하기에 공간스케일은 과도했고, 구조부재는 투박하리만큼 선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건축물과 다른 거대 도시기반시설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비일상성(非日常性)이 결국 이곳의 공간적 잠재력이자 특별함이라고 보았다.
외부 조절지(수조) 공간은 그대로 썬큰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저수조를 가로지르는 기존 관리동선을 자연스럽게 센터진입로 및 관람동선 브릿지로 이용하여, 하부 썬큰레벨에서는 학생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상부의 브릿지레벨에서는 다양한 시선교차를 일으켜 직접참여의 동기를 유발하고자 했다. 내부의 천장고가 높은 크레인실 공간은 공연장과 홀의 개방공간으로 만들고, 부분적으로는 슬라브를 추가해 외부 브릿지레벨과 동선을 연결하였다. 기존 구조물은 최소로 덜어내고 가능한 그대로 덧대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센터의 실내-외와 위-아래 레벨을 넘나드는 동선흐름을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수조의 사선 칸막이벽과 원통구조물 등은 단순기능으로 대입되기 어려웠기에, 오히려 새로운 상상을 촉발하는 매개물로 삼았다. 
재료는 시멘트벽돌, 금속, 합판 등,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마감재를 주로 사용해 오래된 기존건물의 뉘앙스를 유지하고, 외부 수조의 물때와 크레인실 내벽의 깨진 타일 등도 덮어서 지우지 않고 가능한 그대로 드러내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남기려 하였다.
초기의 현상설계 당선 안에서는 외부수조에 별동(別棟)의 여러 개의 스튜디오를 놓고, 실내에는 행정지원과 전시공간만 두는 것을 제안했었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스튜디오는 개수를 축소하여 내부로 옮기고, 외부수조는 목공워크숍과 텃밭가꾸기 등 추후 예술교육센터가 진행할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차차 채우는 것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오래되고 노후한 공간이 선사한 특별함은 고스란히 현장의 어려움이 되었다. 물과 펌프를 위한 구조물이 사람이 사용하는 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구조보강과 단열 방수 등 기본적인 문제가 선결되었어야 했는데, 그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구조안전진단 결과는 D등급이었고, 어렵게 찾은 구조도에는 기초의 배근조차 나와있지 않았다. 도서에 표기된 나머지 부분도 과연 준공도서 그대로 시공되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수조의 물을 걷어낼 때 기존 구조가 부력을 견뎌낼 지 판단할 자료가 없었고, 노후한 구조물의 작은 균열들을 통해 지하수는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공사의 어려움이 컸다. 
현장은 너무나 아슬아슬 했는데, 책정된 예산은 황당할 정도로 부족했다. 여러 채널로 공사비증액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증액은 사업자체의 무산을 의미하기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되풀이되어 돌아왔다. 결국엔 공간계획과 증축면적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했고, 구조보강 방수 단열 등도 최소 수준으로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의 도시구조물을 재활용 하는 데에 있어, 무조건적인 가치부여와 낭만적 시각을 경계한다. 재생프로젝트는 개별현장의 특수성이 중요하기에, 사업의 구체화 단계에서 행정적 판단에 우선하여 전문성에 근거한 기술적 판단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확한 자료수집과 분석이 수반되어야 하고, 건축가는 사전 예산수립을 포함한 합리적 진행과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원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던 노후한 기반시설이 시민에게 개방되면서 비로소 공원이 온전해졌다. 자연과 어우러진 특별한 예술교육공간으로써,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길 기대한다. 장소에 새롭게 담겨질 앞으로의 시간들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워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