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공간SPACE. 용인주택
 

용인주택은 쉽고 경제적인 집이다. 공간체계와 표현, 구법과 재료사용의 논리 등이 통합되어 쉽게 읽히는 단순한 구축, 그에 따라 공사비도 저렴한 집을 짓고자 하였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60대 부부는 그들만을 위한 작고 간단한 집을 원하였고, 대지는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20층 아파트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였다. 토지공사에서 분양 받은 대지는 정남향을 향해 반듯한 직사각을 그리고 있었고, 비슷비슷한 크기로 칸 그어진 주변이 채워져 이웃이 생기고 일상이 묻어나는 도시가 되기엔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우선 도시로부터 외부공간을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바깥으로 열린 외부공간이지만, 차차 주변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내향적인 공간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하였다. 법규상 담장을 만들 수 없었기에 집의 덩어리와 동선의 배치를 통해 마당 공간을 설정하기로 하였다. 주변 건물들이 들어선 이후에도 일조와 조망이 유지되는 2층에 거실부를 놓고, 1층엔 침실부를 놓아 기단처럼 사용하였다. 또한 2층의 거실동과 서재동을 분리해 두 채 사이가 만드는 외부공간을 마당과 연계하고자 하였다.
주차장에서 마당을 감싸면서 2층의 데크와 거실로 이르는 외부 동선을 만들어 2층 레벨이 새로운 그라운드레벨이 되도록 하였다. 마당을 관통해 대지 바깥을 돌고 거실과 내부 계단을 거쳐 다시 마당과 경사 아래의 텃밭으로 이어지는 트랙은 외부공간을 규정함과 동시에 건물 내-외부로 넘나드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기능의 명확한 구분은 구법과 재료의 차이를 통해서도 나타내려 하였다. 1층 침실부는 철근콘크리트조로, 2층 거실부는 목구조로 풀었다. 침실의 다소 폐쇄적 성격은 콘크리트조의 단단함으로, 거실의 개방적 성격은 목조의 가벼운 조립식 구조방식으로 번안되었다. 게다가 2층의 거실부는 경사지붕 조례 덕에 높은 천장고를 확보하였고, 장스팬 오픈공간을 위해 사용된 글루램 트러스의 노출로 구법을 드러낼 수 있었다.
RC조의 1층은 송판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목구조의 2층은 적삼목으로 마감하였다. 구조로 쓰인 재료와 외부 마감으로 쓰인 재료의 일체화로 공정도 간단해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다만, 적삼목을 부착하는 방식에서 일반 사이딩 방식과는 차이를 두어, 매스에 텍스춰를 부여하였다. 거실동과 서재동의 적삼목 돌출날개는 각각 수평과 수직으로 적용되어 대조된다.
주변상황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극단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지 조건-현재 외부로 완전 개방된 대지가 추후엔 내부로만 열리게 될 상황-하에서, 마당과 같은 외부공간에 대한 바램과 담장을 불허하는 시행지침의 충돌, 공사비 절감을 위한 구법과 공정의 단순화 요구 등이 집의 방식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맞은 편 고층 아파트의 엄청난 스케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수사(修辭)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매스의 단순 기하학이 만들어내는 유머와 더불어, 삐죽 튀어나온 돌출창과 천창이 가지는 어색함, 적삼목 결이 만드는 미세한 스케일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 시도되었다. 간단하고 보편적 방식의 구축방법을 통해, 솔직하게 내용을 드러내면서 조금은 낯선 표정을 짓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