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 공간SPACE. 대전한의원/주택
 
너나없이 주식에 투자하듯 집을 사고 환금성 있는 아파트가 무엇보다 좋은 조건이 되는 우리 주거의 현실 속에서도, 홈-스위트-홈을 꿈꾸는 소박한 삶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전 근교 신도시, 논밭이던 벌판에 고속도로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인접하여 주택용지 칸이 그어졌다. 이렇듯 어설프게 세워진 도시공간에 나름의 정주를 위한 집을 놓으면서 질문한 것은 그저 단단히 땅에 정박하는 건실하고 솔직한 집에 대한 것이었다.

건축주는 1층에는 직접 운영하는 한의원을, 2층에는 가정집을 두고, 가끔은 친지들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고 흥이 나면 언제든 풍물 판을 벌일 수 있는, 작고 간결하지만 개성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었다.
반면, 대지는 아파트 주변부에 들쑥날쑥 들어선 상가와 나대지 사이, 신도시의 경박한 새로움과 동화 속 뾰족 지붕의 초현실이 공존하는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휑한 10차선 도로 옆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허구들이 띄엄띄엄 채워지고, 요철 심한 매스 위에 근거를 알 수 없는 법규가 만든 어정쩡한 경사 지붕에 간판까지 더해진다.
이에 우리는 아름답거나 멋있는 집이 아니라, 오히려 투박하고 덜 세련된 낯설고 못생긴 집을 짓기로 했다. 안쪽으로 모이는 경사지붕을 취하여 밖으로는 최대한 원초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고집스레 막힌 듯 보이나 2층 마당을 두어 내부로는 개방적인 방식을 취했다.
1층에선 시선의 수평적 흐름으로 기능적인 동선을 유도한 반면, 2층은 경사지붕으로 확보한 높은 천장고와 고창을 통해 다방향으로 시선을 분산하면서 동선과 시선을 최대한 깊고 멀리 가져가게 하였다. ㄷ자 평면 형식을 통해 LDK 부분이 침실 부분과 분명히 구분됨과 동시에 서로 마주보며 경계를 허문다.
한의원은 거칠고 투박한 외관을 연속시켜 부뚜막 같은 재료의 물성을 만들려 했고, 주택 내부는 밝고 부드럽게 처리하였다. 대신 안마당에 툇마루를 놓고 바닥은 오판석으로 어둡게 마감해, 외부 데크의 검정 벽돌과 통일성을 지니게 하였다. 겨울엔 옆 놀이터 소나무의 푸르름이, 여름엔 앞 데크 백일홍나무의 진홍색 꽃이 무채색 건물과 대비될 것이다.

대지 바로 맞은 편 땅에 핑크색 몰딩 가득한 집이 거의 동시에 지어졌다. 그것과 마주하고 앉은 건물의 우직한 포즈가 밖으로는 고집스런 건축주의 삶을 대변하고 안으로는 그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집을 지은 것이 삶의 혁명이었다는 건축주의 말에 기대어, 우리 도시를 가짜가 아니라 진정성있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니라 개개인의 건강하고 소박한 꿈을 진솔하게 실천하는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