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 WIDE. 신사동근생/주택
 
치솟는 지가의 강남 한복판, 이 곳에선 건물의 초기 모습과 무관한 프로그램 변이와 혼재가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주택으로 지어진 집들이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은 지 오래고, 다시 카페로 상점으로 개조된다. 이는 공간의 구조적 성격 보다 경제 논리가 우선한다는 엄연한 사실이고, 우리의 생각보다 공간의 프로그램적 유형이 느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지는 블록 안쪽에 위치하고 다세대주택들이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의 확장이 예상되었기에, 계획건물의 프로그램을 다세대주택에서 근생주택으로 바꾸었다. 또한 건물 성격을 당장에 규정하기 보다는, 단지 주거-사무실-상점의 중간쯤 어디에 위치할 것이란 정도로 놓았고, 건물의 외피는 내부공간의 성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방식보다는 외부에서는 통일된 하나의 성격으로 읽히는 방식을 취하였다.
58평의 협소한 대지에 5층 규모를 놓으면서 일조 및 도로사선에 의한 사선 매스의 한계를 피하고자 살짝 풀어진 계단과 회전하며 성장하는 매스를 생각하였다. 매스와 계단의 오르는 방향이 반대가 되면서 그 사이로 작은 틈새들이 생겨난다. 저층부의 매스와 외피 사이로 끼어든 일자 계단은 도시의 움직임을 2층까지 자연스레 연장하려는 것이다. 계단은 3층으로 오르면서 기능적인 코어 방식으로 슬며시 바뀌고, 4,5층에 이르면 다시 속도를 늦추면서 흐름을 주택 내부로 연장한다. 하나로 이어지는 수직동선이지만 반복적이지 않아 속도의 완급이 가능하고, 각층의 공간과 만나는 방식의 차이로 층마다 차이 나는 도시의 요구를 수용한다.
다세대와의 충돌을 우려한 건물의 폐쇄적 성격은 외피에 텍스춰를 부여토록 하였고, 대신 건물의 최상층에 중정을 놓아 내부로의 오픈을 극대화 하였다. 2개층을 합하여 29평 밖에 되지 않는 주택은 중정을 입체적으로 감싸면서 구성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집이라 주방-식당은 축소하였고, 실들의 구분은 모호하게, 위계는 동등하게 풀었다. 이는 공간의 성격을 보다 중성적으로 만들어,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변용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우리 도시의 이른바 근생주택은 고밀도 도시주거의 생존력있는 대안이라 생각한다. 반면, 근생주택은 임대면적 최대, 시장의 불확정성, 주거의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딱딱한 이중외피의 설정, 층마다 약간씩 다르게 가져간 동선과 임대공간이 만나는 방식, 그리고 안으로 열린 최상층은 우리 도시의 근생건물이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가능성과 한계로부터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