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 동아일보. 방갈로르 Bangalore, India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것만은 분명 아니다. 인도의 카르나타카 주 방갈로르는 시내 어디에서건 자동차 사이로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릭쇼(오토바이택시)가 있고, 그것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요란한 경적소리가 도로를 메운다. 그러나 이 혼돈의 모습 속에 변화를 모색하는 역동하는 도시의 에너지가 있다. 순식간에 도로를 메우는 이 사람들이 바로 방갈로르를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IT산업의 메카로 세운 힘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테크놀로지 클러스터를 만든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IT산업기지가 들어서기엔 방갈로르는 도로나 전기, 수도 등의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그렇다고 개발의 경제적 부담을 안기엔 시예산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도시가 내세울 거라곤 소프트웨어적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저임금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것과 그들 모두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이었다. 시는 다국적 기업의 유치가 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발 900m가 넘는 고원에 위치하여 다른 도시들에 비해 쾌적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정부는 과감히 해외기업의 토지세와 등록세를 면세하는 등의 조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매년 10월과 11월에 350개의 IT관련업체가 참여하는 이벤트 ‘bangaloreit.in' 를 개최하여 전시회와 컨퍼런스를 통해 기업을 홍보하고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연간 1만4천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도 큰 경쟁력이 되었다.
이에 방갈로르는 빠르게 성장하였다. 오늘날 도시를 누비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숫자는 매일 600대씩 늘어나고, 매주 4개의 IT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방갈로르엔 인도 총 IT 인구의 1/3이라는 40만 명의 직-간접 IT산업 종사자가 있고, 654개의 다국적기업과 총 1639개의 IT회사가 있다.
시 남서부 화이트필드 지역에 있는 ‘일렉트로닉 시티(Electronic City)‘와 '인터내셔널 파크(ITPL; International Technology Park Limited)’가 바로 방갈로르 오늘을 있게 한 IT산업 생산기지다.
본격적 산업단지의 조성은 1986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전통적으로 연구개발 중심도시였던 방갈로르의 값싼 고급 기술 인력을 이용하려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의 입주가 그것이다. IT산업의 번성으로 탄력을 받아 주정부도 91년 ‘소프트웨어 파크(STP: Software Technology Park)’를 조성하였고, 단지는 매년 확장되어 ‘일렉트로닉 시티‘라는 이름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 규모는 55만 여평에 이른다.
일렉트로닉 시티의 성공은 곧 인근에 1997년에 8만 4천평 규모로 ‘인터내셔널 파크‘ 건설로 이어졌다. 이것은 카르나타카 주 당국만이 아니라, 기업인 타타그룹, 그리고 싱가폴 콘소시움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24시간 전기가 공급되는 IT파크엔 지금 IBM, WIPRO, IMFOSYS, ORACLE 등 110개 이상의 회사가 입주하여, 2만명의 인구가 일하고 있다.

이러한 방갈로르의 성공은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망갈로르 등 다른 인도 도시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어, 모두들 방갈로르식의 IT산업을 촉진하는 정책과 건설을 시작하게 하였다. 신흥 IT 도시들의 등장은 이제 방갈로르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급증한 도시인구와 나날이 늘어가는 교통체증과 도심의 낙후된 기반시설의 개선이 숙제로 남고 있다. 방갈로르의 직면한 과제는 도시 외곽 신흥 IT지구의 성공을 어떻게 도시 구조적으로 발전시키느냐에 있어 보인다.
물론 방갈로르 시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다. 시는 대중교통수단 확보와, 2007년까지 전철완공, 109km 길이의 제2 외곽순환도로 건설을 계획으로 제2기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도시 북쪽의 새 국제공항도 2008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국지적인 산업단지의 성공을 기반시설의 확보를 발판삼아 도시 전체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