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 POAR. 분당 독수리학교
 

1. 처음
사이트를 처음 방문했을 때 분당 아파트 단지의 일상성과, 개성없는 화강석 근생건물의 무미건조 함을 보았다. 반면, 학교, 그것도 대안학교로서의 우리의 상상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학생들 각자각자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그런 공간이었다.
공모 프리젠테이션에서 우리가 받은 느낌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업에 관심과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2. 기독교 대안학교
독수리학교는 기독교대안학교이다. 방과 후 성경공부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이 주말학교로 성장했고, 4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첫 학교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하여, 차차 교회의 부속건물 임대, 다시 독지가의 기증과 모금으로 지금의 독립된 학교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신자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기독교적 실천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잘 몰랐으나, 적어도 그들의 신념에 찬 출발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실천의 과정은, 모두가 함께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3. 지역사회
아파트 단지와 바로 이웃한다는 사이트의 성격 만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과 지역 커뮤니티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1층의 식당과 테라스가 지역주민을 위한 북카페로 개방되기도 하고, 주변의 공원은 학교 운동장 대신이 되는 것을 상상하였다.
하지만 기존 건물의 고시원과 노래방이 교실로 전환되면서, 개방되게된 창문은 맞은편 아파트 아주머니들의 민원을 야기하였다. 결국 개구부의 시야차단을 위한 더블 레이어의 필요로 행운인지 불행인지 외장까지 디자인하게 되었다.

4. 칼라와 추상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공간을 내세운 우리의 주장은 다소 거친 마감재 사이사이에 액센트로 들어가는 선명한 색채로 번안되었다. 또한 오버사이즈의 텍스트는 기호로서 새로운 상상을 시작하게하고, 사용자와 대화를 이끌어내는 도구로 설정하였다.
건축주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 약간의 유머에 대한 공감은 우리에겐 추상화한 기호 이상의 의미로 남을 것이다.

5. 생각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그 의사결정은 수많은 힘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독수리학교의 경우는 모든 부분이 여러사람들의 후원과 참여로 이루어진 결실이므로, 그 의사결정에서 학생. 선생님. 학부모. 교회. 그리고 지역주민까지 모두가 주인이었다.
그들에게 하나의 이슈에 대한 계속되는 의견나눔과 공감을 위한 노력은, 결과보다 더 의미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러사람이 대화와 타협으로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가는 과정을 같이 겪으면서 우리는 그 과정 자체가 다시 단장한 회색 건물의 모습보다 더 건축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