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 동아일보. 샌안토니오 San Antonio, TX
 

샌안토니오의 발전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의 역사와 함께 한다. 처음에는 단지 반복되는 홍수를 이겨내기 위하여 강의 정비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반세기 넘게 사업이 지속되고 거듭되면서 강이 도시를 보다 풍부하고,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샌안토니오는 강이 도시생활의 중심이 되고, 강을 수단으로 하여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도시로 대표되고 있다.

미국에서 여덟번째로 큰 도시로 알려진 샌안토니오이기에, 넓게 펼쳐진 미국 중서부의 도시들 처럼 자동차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도시이지 않을까 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샌안토니오의 실제는 비록 물리적으로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다운타운의 도시 분위기는 작은 도시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보행자의 도시였다. 세 개의 연속된 순환도로와 그 순환도로를 관통하여 도심으로 모아지는 간선도로들의 도로 체계, 많은 군사기지, 의료와 생물 기술 관련한 학술 컨벤션, 토요타 자동차의 헤드쿼터 등은 남서부를 대표하는 큰 도시임을 말해주지만, 여전히 도심 안의 좁은 격자 패턴과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유적들, 멕시코 문화, 강하고 독립적인 개성을 풍기는 남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내는 도심 분위기는 걸어다닐 만한, 따뜻하고 정겨운 작은 도시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큰 도시 속의 작은 도시 분위기’는 샌안토니오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도시개발의 방향성으로,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경쟁력이다.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단지 물리적 크기의 조절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의 다양성과 경험의 짜임이 얼마나 손에 잡히는 것인가에 기인할 것이다. 그렇기에 도심을 가로 지로고 있는 강과 운하가 바로 작은 도시의 빠질 수 없는 경험적 요소로 설정되어 있다.
리버워크(RIVER WALK)는 샌안토니오 강 중에서 번화한 다운타운을 고리모양으로 감싸고 돌고 있는 운하를 일컫는다. 리버워크는 도심의 도로 바로 한층 아래에 강물을 흐르게 하고, 강물 바로 옆으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이 산책로에는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 로비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또한 강물 레벨의 산책로변에서 자라난 나무는 무성하게 윗 도로레벨까지 통과하여 뻗어나가 리버워크를 윗 레벨의 도시공간과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내고 있다. 이 운하의 폭과 깊이는 결코 넉넉하지 않다. 너무 넓어 황량하기 보다는 살짝 부딪힐 것 같이 인간적이고 아늑한 공간을 지향하였다. 강변 레스토랑에 앉아 윗 레벨의 다리를 지나는 행인과 택시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고, 위에서도 강변의 움직임에 언제든 동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 윗 레벨과 아래 레벨의 관계, 강변산책로와 직접적으로 면한 상점 공간의 설정은 바로 강과 도시를 분명한 경계가 없이 서로 넘나들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물론 오늘날의 이 리버워크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의 첫 시작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댐과 수로 건설 등 제반시설 정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1930년대로 들어서면서 강을 도시의 미적 요소로서 적극적으로 개발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져 보행자다리, 산책로 등을 설치하였다. 1960년대부터는 전체 강 개발의 장기구상 아래, 10년 단위의 세부 계획을 세워 자본을 확보하고, 강변환경의 재편성을 체계적으로 노력하였다. 건축가 R.H.H. Hugman은 도심의 수많은 상업시설과 문화시설들을 강에 아주 근거리로 다가가는 것을 제안하였고, 시는 강주변 상업시설과 기타 시설물들의 디자인을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자문위원회(Riverwalk Advisory Com
m ission
)를 설립하여 강을 지역별로 특성화하여 발전시키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지금의 이 리버워크는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데에는 여럿 행정조직이 있었지만, 그 중 SARA (San Antonio River Authority)가 대표될 만하다. 강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과 개발 방식을 결정하는 반 공공기관인 SARA는 샌안토니오 강 개발의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그들은 지금도 샌안토니오 강 전체를 특성에 따라 네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는 1998년 부터 시작되어 2011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데, 강 전체를, 다시 말하면 도시 전체를, 리버워크처럼 거닐면서 다양한 도시적 체험을 가능토록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첫째로는 리버워크의 방법을 시 전체에 확장하여, 강에 접하는 건물 뒷면의 경우를 산책로로 조성하거나 입구로 개방하여 강을 따라 보행자 동선을 연속적으로 연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강변으로 접근을 가능케하는 것이고,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건물에 또하나의 접근로를 가짐으로서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는 도시 외곽의 경우로, 도시 안밖으로 흩어져 있는 18세기 스페인 선교활동의 유적지들을 강과 연계해서 보다 현재의 도시생활과 연결되는 유적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구체화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기획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지원금을 모집하는 것만으로도 몇 년간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공공자본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민간자본의 효과적 유치를 위해 홍보를 하고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게되면서, 프로젝트는 시 당국의 것만이 아닌 시민과 사업가 모두의 프로젝트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샌안토니오 강의 성공에는 물리적인 요소 외에도, 정책적, 상업적, 문화적, 마케팅적 여러요소의 차별화가 뒷받침되고 있다. 강을 관리하는 민-관 행정조직, 강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계속되는 퍼레이드 및 이벤트 개최, 픽쳐레스크식 조경의 지속적 관리, 장기 프로젝트로의 연계, 민간자본의 유치, 시의 대표 이미지화 등의 작업은 단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기가 바뀌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나가는 과정으로서의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강이 단지 자연적 요소가 있는 환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상업 문화공간과 연계되어 오늘날 도시의 살아있는 생활문화와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 도시에서 하천을 재생하면서 간과한 부분일 것이다. 도시는 이제 표현과 소비의 장소다. 도시의 가장 생동감 있는 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소비가 이루어지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문화가 만들어지는 순간일 것이다. 청계천 복원의 경우, 자연을 재생하기는 했지만, 그 자연이 어떻게 도시의 소비생활 패턴과 관계할 지에 대한 방법은 설정하여 주지 못하였다. 청계천과 리버워크의 가장 큰 차이는 리버워크가 산책로와 바로 인접하여 문화 상업공간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청계천이 기존 도로레벨과 너무 떨어져 있어서 도시일상과는 직접 연계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많은 중소도시 천변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개발된다. 이 얼마나 강변의 문화적 가치를 모르고 개발한 결과인가.

도시의 역사는 강에서 시작되었다. 강을 중심으로 경작을 이루며 마을을 이루었고, 강물을 이용하여 에너지원을 취하기도 하였다. 또한 강가에서 문명과 문물의 교역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토록 강은 우리에게 도시를 생성케하고 발전시키는 근원이었다. 도시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강은 또 다른 측면으로 도시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샌안토니오의 경우, 향유하고 소비하는 도시 문화의 대상으로서의 강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이 샌안토니오의 도시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