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 어린이건축학교. 도시와 같은 아이들
 

처음 어린이건축학교에 대해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건축이라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로 한창 뛰노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반대의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건축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막막함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분히 충동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하고 준비를 시작하다보니, 그 막막함은 건축을 쉽게 말함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바로 내자신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가벼운 모양새로 깊이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전략이 필요하였다. 게다가 집중시간이 짧고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되었다. 즐겁게 놀이하듯이 도시를 깨닫게 할 수는 없을까. 추상적인 개념인 도시의 공간 관계를 어떻게 인지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건축과 도시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대입하여 이해시키기로 하였다. 각자가 건물 하나 하나가 되어보기로 한다.
아침에 반배정을 받고 처음 나누는 인사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건물의 옷을 만들어 입기위해 추첨으로 건물과 사람을 배정하니 당장에 반응이 온다. 자기는 빨간 옷을 입고 왔으니깐 소방서를 해야한다는 지모, 친구의 건물 보다 높은 건물을 하겠다고 63빌딩을 고집하는 용택,… 건물에 대해 느끼는 아이들의 감정이 드러난다. 자신이 큰 건물, 멋진 건물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각 건물이 도시에서 가지는 힘의 다르기를 알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이번엔 옷을 다 만들어 입고 발자욱놀이다. 축구선수가 운동장에서 위치를 잡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도시의 적절한 위치로 움직여야 하는 데, 막상 친한 친구가 움직이면 그쪽으로 따라 움직인다. 하나와 하나의 관계가 아닌 상대적 관계로 움직여야 하니 처음 생각 데로 되지도 않고, 게다가 모두가 같이 움직이니 생각할 게 한두개가 아니다. 시장이 기차역 가까이 가다보니 다시 시장과 집이 멀어진다. 기차역의 유진이가 퀴즈를 맞혀주면 좋을텐데….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통제불가능 변수투성이의 우리 도시의 모습 같다.
도시는 여럿이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다. 각 개인이 결정한 것이 모여 전체 도시가 만들어진다. 우린 그런 공간에 살고 있다. 한사람의 독자적인 힘으로 세워진 공간이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여럿의 목소리가 집합된 도시에 살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과 좀 더 나은 좋은 도시를 만들려 했던 것이 나의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우리의 도시가 그러하지 못하지 않은가. 결코 하나의 방향으로 통합되지 않는 들쑥날쑥한 아이들, 그들을 통해 다시 돌이켜 도시를 배우는 사람은 그네들이 아닌 바로 내자신이었다.

 

건물옷놀이

도시는 건물과 건물이 만들고 있는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즉 건축물이 서로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 도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그러한 도시의 관계성은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각 개별의 성격에 따라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한다. 각 건물의 성격과 그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우리네 도시의 조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도시를 이루는 구성 요소 생각하기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모인 집합체이다. 잠을 자는 집도 있고, 공부하러 가는 학교도 있고, 아플 때 찾아가는 병원도 있다. 도시를 이루는 요소들을 생각하여 그것들 각각의 역할 차이를 이해한다.
(ex. 한강 남산타워 아파트 집 주차장 학교 문방구 병원 시장 극장 공원 소방서 경찰서 기차역 주유소 63빌딩 회사 공장 은행 호텔 교회)

2. 직접 건물이 되어 옷 만들기
자신이 직접 도시를 이루는 건물 중 하나가 되어본다. 추첨을 통해 하나의 건물을 정하여 각각 그 건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옷을 만든다. 자신이 그 옷을 입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야하고, 또 옷 스스로도 서 있을 수 있도록 한다. 건물의 성격과 용도에 따른 이해와 함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지를 고민한다.
(만들기재료 - 상자. 골판지. 벽지. 신문지. 테잎. 색지. 비닐. 크레파스. 백상지. 노끈. 단열튜브 외)

3. 발자욱 놀이
먼저 발표와 토론을 통해 다른 친구들이 표현한 건물 옷을 보고 그것이 무슨 건물인지 이해한다. 다음은 모두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넓게 펼쳐진 종이 위에 올라가 선다. 건물 성격에 따라 다른 친구들 건물 사이에서 얼마나 멀리 혹은 얼마나 가까운 위치를 잡을 것인지 판단한다 (Relationship Distance Matrix 만들기). 퀴즈를 맞힌 사람 만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퀴즈를 통해 조금씩 자기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위치를 찾아나간다. 여럿의 동시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도시와 건축이 가지는, 일대일이 아닌 조금은 복합적인 관계를 이해한다.

4. 도시 지도 만들기
발자욱놀이를 통해서 자리를 잡은 위치에 자신의 건물 옷을 벗어 놓는다. 건물 옷이 놓인 위치를 바닥의 종이 위에 표시를 한다. 또한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와 횡단보도, 강을 건너는 다리 등을 그린다. 세워진 건물 옷들은 모여 도시를 만들어내고, 종이 위에 그려진 길과 건물의 흔적은 아이들이 이해한 도시의 지도를 만든다.